김준수 엑스칼리버(190706),아들과 남편의 솔직 후기

이번주 토요일에는 전시회를 보러갈 계획이었다. 남편과 큰아들은 제각기 다른 스케줄이 있다고 해서 혼자 갔다 오려고 했다. 서울에 온 김에 공연도 해 보려고 뮤지컬 니진스키를 저렴한 2층 S석으로 예약해 뒀다.그런데 이틀 전에 남편이 갑자기 나랑 같이 가줄게. 그러니까… 안 그래도 되는데… 함께 가준다는 것은 내게 모든 일정의 두 배나 비용이 든다는 것을 의미했다. 하지만 아내와 함께 가고 싶다는데 거절하지 못해 뮤지컬을 1층 R석 평석에서 다시 샀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젊은 여성 관객이 90% 이상을 차지하는 소극장 공연이 남편과 도저히 맞을 것 같지 않았다.관람 이틀 전이라 비싼 수수료를 내고 취소하고 남편이 좋아할 만한 대극장 뮤지컬을 찾아봤지만 마땅한 게 엑스칼리버밖에 없었다(이때까지만 해도 무협, 액션을 좋아하는 남편이 엑스칼리버도 좋아할 것이라고 굳게 믿어 의심치 않았다). 마침 멜론티켓으로 2층 중불 가운데 연회석에서 나온 자리가 있었다. 그러다 할인 한 푼 없이 비싼 주말 공연을 보게 됐다. 원래는 나중에 할인을 많이 했을 때 천천히 보려고 했기 때문에 갑자기 너무 많은 돈이 들어가는 게 싫었는데 남편에게 이 재미있는 작품을 보여줄 생각으로 고통을 달랬다.조금 마음에 걸린 것은 남편이 김준수 배우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는 것. 그리고 준수배우는 남편이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카이 배우 였으면 더 좋았을텐데, 박강현씨를 좋아했으니까 다행이야.이렇게 며칠만에 두번째 보게되었다. 엑스칼리버자리는 아주 좋았다. 앞좌석이 없고 계단만 있어 시야가 완전히 열린 자리였다.예이 김준수의 황표 헛기침 소리와 함께 막이 올랐다.예전에 준수 배우가 출연하는 뮤지컬을 보러 갔을 때 막이 오르기 직전 예술의전당을 가득 메운 관객들이 일제히 헛기침을 하며 당황했다. 알고 보니 관객의 매너 중에 (특히 클래식하고) 공연 중에 터져 나오는 기침 소리에 방해가 될까봐 미리 헛기침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아이돌 팬이었던 김준수의 팬들이 그것을 자신들의 문화로 만든 것이었다. 지난 수요일 공연에서는 오랜만에 헛기침을 들으며 혼자 미소를 지었는데 오늘은 더 많은 헛기침소리가 들렸다. 아무튼 사람들에게 폐 끼치지 않는 방법으로 내 가수, 내 배우를 응원하려는 예쁜 마음, 좋은 문화라고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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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 김준수/랜슬롯 박강현/몰가나 창운 아마린 김준형/기네비아 민경아/울프스턴 이상준 엑터 이종문원 미솔 음악감독의 인사말이 끝나면서 웅장한 서곡과 함께 막이 올랐다. 두 번째로 물었더니 풍성한 오케스트라 사운드가 더 가슴에 와 닿았다. 2막에서 색슨족과의 전투를 앞두고 부르는 넘버 눈에는 눈, 그리고 전투장면에서의 오케스트라 연주는 공연장 분위기를 장악한 뒤 객석의 발밑을 진동시켰고 그것은 엄청난 전율이었다.그리고 2층에서 보면 저번 1층 앞에서 보면 또 다른 입체감도 느낄 수 있었다. 모가나가 무대 중앙에 혼자 앉아 노래를 부를 때마다 다소 쓸쓸했지만 2층에서 보면 모가나 주변 바닥에 조명이 만들어지는 둥근 무늬가 있어 무대가 좀 더 촘촘하고 카리스마도 더 강하게 느껴졌다.보는 내내 너무 즐거워서 꼭 다시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런데 1막이 끝나면서 남편의 반응이 컸다.”저 아서 연기하는 배우는 누구야? 아이돌?” 주연급 배우들은 거의 다 알고 있어서 처음 보는 배우가 굉장히 낯설었던 것 같다. 근데 시아준수는 일반적인 배우의 발성과 달리 약간 호불호가 올 수 있다고 미리 말했었어.’나는 너무해…’ 아… 그래, 그럴 줄 알았대당신의 취향이 아니라는것…그렇지만, 아직 그렇게 판단하기는 이르다.2막까지 보면 생각이 조금 바뀔지도 몰라. 목소리는 취향이 아니어도 노래와 연기는 잘하니까. 박강현 배우에 대해서는 아무말도 안해. 음..1막에서 랜슬롯의 존재감이 좀 약하긴 하지만..맞아, 2막이 끝나면 반응이 좀 달라질거야.조금 아쉬움이 남는 순간 이어진 남편의 말이 우박처럼 날아와 가슴을 찔렀다.”1막은 지루하네.어.. 왜? 저는 너무 재밌어서 다시 봐야 될 것 같아서 봤는데? 음악도 넘버도 좋았네.그래서 넘버를 미리 물어보라고 보내줬잖아. …드디어 2막이 끝났다.남편은 공연이든 영화든 보고 분석적으로 말하거나 적극적으로 의견을 말하는 스타일이 아니다.보통은 일어서면서 한마디씩 한다.”아, 재미있네.”라고 하면 끝이다. 그러면 나는 나의 감동과는 별개로 그 한마디에 기분이 좋아지곤 한다. 내가 골라서 비싼 돈 들여 보러 온 공연이 재미있게 봐주면 기분이 좋으니까.그런데 오늘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되게 드문 경우다. 그저 재미있다고 하는 사람이다 뭐였지?내가준수를좋아해서그런가?우리남자는내가좋아하는가수도배우도싫다고한다. 박은태 배우 빼고.지하철을 타고 역에 가서 기차시간을 기다리며 차를 마시는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로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지만, 공연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기다리면서 기다리다 조심해서 물었다.당신은 웃는 남자가 엑스칼리버보다 좋니? 웃는 남자는 재미있고 좋다고 했던 사람이다.’응’ 나 터졌어.사실 며칠 전 아들의 반응도 미지근했다.별로예요.스토리가 너무 뻔하잖아요.솔직히 아서왕 얘기다.스토리가 알려진 것은 당연하고, 그 뻔한 스토리를 멋진 무대 세트와 노래 음악 의상 댄스 등의 종합예술로 구현하는 게 뮤지컬인데 우리가 그것을 즐기러 오지 않았느냐고 말한 뒤로는 그저 입을 다물었지만 내심 아쉬웠던 것이다. 더 즐겁게 즐겁게 보냈으면 좋았을텐데..”레베카만 봐요” 왜 레베카만 좋아하냐고.아들의 반응에 조금 아쉬움이 있었지만 남편마저 그 화근이 됐다. 물론 내가 즐겁다고 해서 남편도 재미있어야 하는 건 아니지만, 지금까지 늘 비슷한 감정을 공유해 왔기 때문에 아쉬웠다.게다가 갑자기! 함께 가주겠다는 말에 적지 않은 경제적 손해를 보면서 서둘러 긴 시간을 할애해 적당한 뮤지컬을 골라 좌석까지 찾아 예약하느라 힘들었지만 남편에게 재미있는 뮤지컬을 보여 준다는 생각에 그 모든 것을 기쁘게 감수했다.에잇, 신경질 나네.비싼 거 힘들게 보여주면 둘 다 별로래. 이제 아무도 안 보여줘. 나 혼자 다니는 거야!!”이렇게 유치함을 시전해 버렸다.나의 유치함에 남편도 기분이 상해버린 것이다.그럴 생각은 전혀 없었는데도 집에 가는 길에 말다툼이 계속됐다. 서로의 감정을 상하게 하는 말이 오갔다. 몇 년만의 말다툼이냐 근데 왜 그게 하필이면 이런 날이냐고.결국 내가 먼저 사과하고 (진 쪽이 이기는 것!) 남편도 사과하고 끝냈지만(남편은 두번이나 사과했다) 마음은 여전히 서먹서먹했던 하루의 마지막이었다.나중에 들은 이야기 뭐라고 말로 잘 표현할 수는 없지만 아서 왕의 이야기를 뭔가 잘 구현하지 못한 것 같다고. 사실 지난 번 ‘킹 아더’도 별로였다고.사실 나는 아서 왕의 말을 잘 모른다. 그래서 뮤지컬에 더 열광할 수 있었던 것 같다.남편의 경우 원작을 잘 알고 좋아하던 사람이 그게 영화 연극 뮤지컬로 만들어졌을 때 자신이 상상했던 것과 달라서 아쉬워했던 것 같다.게다가 준수 배우에 대한 불편함을 끝내 극복하지 못했고, 록을 좋아하는 나와 달리 감미로운 음악을 좋아하는 남편은 장아 모르가나의 찢어지는 고음을 견디지 못했다. 원래 신영숙의 배우 스타일도 달갑지 않은 사람이다.아무튼 이제 나 혼자만 보러갈 생각이야 흥! 그런데 이미 남편 몫까지 두 장 예매해 놓은 벤허는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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