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계] ETA의 무브먼트 공급 중단 (1)

[오늘의 시계] ETA의 무브먼트 공급 중단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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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세계 최대의 시계 기업 “스워치 그룹”의 니컬러스 하이에크 회장은, 스위스의 무브먼트 제작 회사이며, 스워치 그룹 산하의 기업인 “ETA”의 무브먼트를 스워치 그룹 외부 기업에 판매하지 않는다고 공표했습니다. 니콜라스 하이에크 회장은 위와 같은 내용을 결정한 이유에 대해 “ETA 공급 중단으로 스위스 시계 제조업체 전체가 ETA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적인 시계 제조 능력을 갖게 되어 다양성을 얻을 수 있으며, 이를 통해 기계식 시계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의견을 표현했습니다. 하지만 스위스 안팎의 수많은 시계회사들은 난색을 표했습니다. 이러한 이유는 스위스 시계산업에서 ETA의 무브먼트가 갖는 영향력이 컸기 때문입니다.대부분의 시계 회사가 ETA의 무브먼트를 공급받아 시계를 제작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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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ETA의 무브먼트 공급 중단은 각종 시계 브랜드들의 반발을 불러 스위스 시계 산업 전체에 위협이 될 수 있는 만큼 스위스 연방정부까지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수준까지 올랐습니다.공정성을 이유로 ETA사는 2005년 이후 공급량을 일정기간 단위로 하여 50%, 30% 등으로 서서히 줄여가는 방식으로 변경되었습니다.위와 같은 결정에 많은 스위스 시계 브랜드는 한숨을 돌렸다는 입장이었는데, 과연 ETA가 어떤 회사인지 스위스 시계 산업 전체를 좌지우지할 영향력을 갖고 있었는지 먼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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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A SA”1856년 스위스 글렌첸에 “ETERNA”라는 이름으로 창립되었으며 이후 시계제작부문은 “Eterna”로서 무브먼트 제작은 “ETASA”로 분리되어 운영되게 되었습니다. 이후 1920년대 제1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스위스 시계산업은 불황에 빠졌고 스위스 시계회사는 공동체인 ASUAG를 설립해 상황을 극복하려 했습니다.당시 ETA는 에테르나 시절부터 쌓아온 기계식 시계 제작 노하우를 바탕으로 ASUAG 내에서 영향력을 키워나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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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1970년대 쿼츠 문제로 인해 무브먼트 업체 및 시계 브랜드가 대거 도산하는 상황에서 ETA사는 Peseux, Lemania 등 스위스의 유명 무브먼트 업체를 인수하게 되어 스위스 내에서 독보적인 무브먼트 업체로 자리매김하였으나 시장 자체의 상황이 좋지 않았던 만큼 미래는 불투명했습니다. 하지만 니콜라스 하이에크 회장의 지휘 아래 1982년 ASUAG와 오메가, 티소를 필두로 한 SSIH의 합병이 이뤄지면서 오늘날 스와치 그룹의 전신인 SMH가 탄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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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탄생한 ‘스워치 그룹’은 그라슈테 오리지널, 자케드로, 브레게 등 하이엔드 시계 브랜드를 인수하고, 무브먼트 제조 및 케이스 제작사까지 인수하며, 스워치 그룹 내에서 시계 제작과 관련된 모든 업무가 가능한 굴지의 시계 그룹으로 성장합니다.이 과정에서 ETA는 스워치 그룹의 무브먼트 업체로 활동하다가 기계식 시계의 인기가 다시 살아났을 때 성능 좋은 무브먼트를 공급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게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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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많은 시계 브랜드가 독자적인 무브먼트를 제작하지 않은 이유는 뭘까요? 이유는 단순합니다. 기계식 무브먼트 제작이 어렵기 때문입니다.이 부분은 시계 브랜드의 잘못이라고만 할 수는 없지만 스위스 시계 산업은 기본적으로 ‘분업’을 기반으로 성장해 왔습니다. 몇몇 하이엔드 브랜드의 경우 혹은 무브먼트 제작을 기반으로 한 브랜드의 경우 독자적인 무브먼트를 보유하고 있었으나 대부분의 브랜드는 무브먼트, 케이스, 글라스, 스트랩 등 다양한 전문업체에 필요한 성능, 디자인 부품으로 납품되어 제작하는 방식으로 성장하였습니다.이러한 분업 형태는 오늘날 자동차, 가전 기기 등 대부분의 산업에서 사용되는 방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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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쿼츠 문제 이후 대부분의 무브먼트 회사들이 도산한 상황에서는 기존 노하우 생산설비를 보유하고 있던 ETA의 무브먼트를 사용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미 오랫동안 사용된 만큼 성능 면에서 높은 신뢰도를 갖고 있으며, 이른바 규모의 경제로 불리는 개념으로 볼 때 대량생산이 가능한 ETA의 무브먼트 구입비가 자체 생산하는 금액보다 싸기 때문입니다. 위의 그래프는 스위스 시계산업의 ETA 소비량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위 그래프는 2014년 제작한 스위스 무브먼트 생산량입니다. ETA 공급량 축소가 확정된 2005년 이후 9년이 지난 2014년 그래프인데 전체 생산량의 72%를 차지하는 수준이어서 ETA 시장점유율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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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ETA 공급 중단 선언 이후 여러 브랜드에서 인하우스 무브먼트 계발에 박차를 가했고, 현재는 여러 브랜드에서 인하우스 무브먼트 계발에 성공하여 워크호스로 활용 중이지만, 아직 인하우스 무브먼트에서 자사의 엔트리급 라인까지 수량을 맞출 정도가 아니라 많은 브랜드가 엔트리 라인업은 ETA의 무브먼트를 수정하여 사용하고 있는 형태입니다.게다가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브랜드의 경우, 인하우스·무브먼트 계발을 시도조차 할 수 없는 케이스가 대부분인 것도 현상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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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ETA의 무브먼트 공급 중단 선언으로부터 스위스 시계 산업의 무브먼트 생산 구조등에 대해서 이야기했습니다.다음 번에는 ETA를 대신하는 무브먼트 메이커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D-